아버지는 힘들다. 일터에서 위로는 능력 있는 선배가, 아래로는 치고 올라오는 후배가 있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집에서는 평생 책임져야 할 사랑하는 아내와 토끼 같은 아기가 아빠만을 바라보고 있다.
배구선수 김진만은 핸드폰에 딸 사진을 동료들에게 자랑하는, 그런 아버지이다. 한 가정을 이끌어야하기에 그의 책임감은 막중하다. 특별한 직업을 가졌지만 그가 겪고 있는 일은 다른 아버지들과 똑같다. 일터인 배구 코트 안에는 김요한이라는 능력 있는 선배가 버티고 있고 손현종, 황두연이라는 치고 올라오는 후배 때문에 시즌 초반부터 혹독한 시간을 보내야했다. 설상가상으로 팀은 10연패의 수렁에 빠지며 조급해졌고 짧은 시간 기회를 부여 받아도 부담감에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러나 오늘은 달랐다. 손현종을 대신해 2세트부터 출전, 맹활약을 했다. 7득점에 78%의 공격성공률, 리시브 성공률 50%를 보여주며 자신의 진가를 보여주었다. 2세트에는 자신보다 약 20cm가 큰 시몬의 공격을 단독 가로막기 성공으로 팀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비록 팀은 패했지만 그간 부진 속에서 오늘 보여준 활약은 감동적이었다.
오늘 김진만의 활약에 시즌 초 “이번 시즌 정말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끝까지 열심히 하겠다.”라는 그의 각오가 떠올랐다. 평소 유쾌하고 파이팅이 넘치는 성격이지만 이번 시즌 자신의 각오를 밝히는 순간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무엇인가 결심 한 듯 경상도 사내의 무거운 한마디였다.
그가 놓인 상황은 우리들의 아버지와 매우 닮았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 나간다면 코트에서 그리고 가정에서도 멋진 아버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사진 : KB스타즈배구단
글 : 이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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